■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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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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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교향곡
 
(어둠을 깨우는 소리들)
시인 이영하
 
새벽 다섯 시.
밤은 아직 구름 한 장을 이불처럼 덮고 있었고
나는 세상이 눈뜨기 전의 숨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가장 먼저 텃새들이
나뭇가지마다 불을 밝히듯 아침을 깨우기 시작했다.
풀벌레는 밤의 마지막 악장을 연주하고,
매미는 떠나는 여름을 붙잡으려는 듯
온 생애를 다해 울고 있었다.
열대야에 지쳐버린 나뭇잎들을 흔들어
위로하는 바람소리가 고마웠다.
 
멀리 도로 위에서는 첫 시내버스가
도시의 혈관을 열어젖히고,
택시는 누군가의 기다림을 향해
어둠을 먼저 달렸다.
 
광역버스를 향해 걷는
출근길 사람들의 발걸음은
잠을 털어내는 소리가 아니라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먼저 여는
대한민국의 심장 소리였다.
 
아파트 입구에서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로
어미를 부르고 있었다.
그 울음 하나에도
새벽은 끝내 귀를 기울였다.
 
문득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여객기.
보이지 않는 창가마다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
이별을 품은 사람, 희망을 싣고 떠나는 사람들이
한 줄기 굉음 속에서
서로의 내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산책을 마칠 무렵,
어디선가 들려온 짧고 맑은 "펑."
마치 지휘자가 마지막 심벌즈를 울리듯
새벽은 조용히 한 악장을 끝맺었다.
 
그제야 동쪽 하늘이 천천히 첫 빛을 열었다.
아침은 태양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름 없이 먼저 깨어난 모든 생명과
먼저 일어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연주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이었다.
 
 
 
 
<시작 노트>
세상은 해가 떠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첫 움직임으로 아침을 맞는다. 새벽 산책길에서 나는 수많은 소리를 만났다. 이름 없는 새들의 첫 인사, 풀벌레의 숨결, 매미의 마지막 여름보내는 아쉬운 울음소리, 출근길 사람들의 발걸음, 첫차와 여객기의 엔진 소리까지. 그것들은 서로 다른 소리가 아니었다. 한 나라를 깨우는 하나의 합창이었다. 이 시는 새벽이라는 악보 위에서 자연과 사람, 문명이 함께 연주하는 '대한민국의 아침'을 들은 시인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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